Avsnitt

  •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 언니가 농사지은 호박고구마를 보내줬는데 우리 네 가족이 먹기엔 상당히 많은 양이었습니다. 오래 두고 먹기엔 마땅히 보관할 만한 곳도 없고...게다가 언니가 농사지은 거 팔아주려고 시댁에 한 박스, 친구네 집에 몇 박스, 다 보내준 터였습니다. 우선은 그냥 받아먹기 죄송해서 시골언니께 용돈을 보내 드리고 문득 떠오른 생각이‘나눔’이었습니다. 이곳에 이사 온지 5년이 다 되가는데 딱히 이웃집에 가본 적도 없고, 그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눈인사 정도만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얼굴은 알고 지내니 그 이웃들께 나눠드리자 싶었습니다. 우리 옆집, 아랫집, 그 아래 두 집, 윗집 두 집, 맞다! 우리 동, 청소해 주시는 청소여사님께도 한 봉지. 적당한 크기의 종이 백 열개를 찾아 고구마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메모를 썼습니다. 집집마다 초인종 누르기도 그렇고..게다가 우리 윗집은 아기가 있는데 혹시 깰까봐...‘안녕하세요? 시골에서 언니가 농사지은 고구마를 많이 보내주셔서 이웃 분들과 나눠 먹으려구요. 지난주 캔 거라 베란다에 며칠 말렸다가 드시면 더 좋을 거 같아요. 환절기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한 가을 보내세요.’그렇게 이웃집 현관 앞에 조심스레 배달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청소하는 여사님께도 고구마를 전해드리고 나니 어찌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났습니다. “혹시 고구마 주신 분 맞으세요?”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고구마 사려 했다고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합니다. 고구마 몇 개로 즐거운 미소를 선사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가을, 우리 이웃들도 모두 건강하고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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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제가 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부도로 아버지는 지방으로 가시고 엄마가 저희 형제를 키우셨습니다. 엄마는 식당에서 일하고 저는 새벽에 신문을 돌렸습니다. 어느 날 신문을 가지러 나온 선생님과 마주쳤는데 "잠깐 집으로 들어와라." 하시기에 들어가니 김밥 3줄을 호일에 말아 주시며 동생이랑 먹으라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장애인이셨습니다. 칠판에 "일체유심조 :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 는 뜻의 글을 쓰신 후 "내가 정상적인 몸은 아니지만 마음은 지극히 정상인이다. 우리 앞으로 잘해 보자." 하시던 선생님. 그리고 2학기 초 수학여행을 가야하는데 저는 갈수가 없다고 말씀드리자 "학교에서 한반에 한명씩 무료로 수학여행 지원을 해준다고 하니 같이 가자." 하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생님 자비로 내주신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식당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쳐 저는 학교를 가지 않고 자동차 수리정비소에 들어가 돈 버는 일을 했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불편하신 다리로 계단이 높은 저희 집에 갔다가 제가 있는 곳을 오셨습니다. "여기서 일하느라 학교를 못나왔구나! 집에가 보니 아버지도 다시 오셨고 지금 네가 고2인데 공부를 잘하니 장학생으로 그리고 대학등록금 면제가 되는 대학을 가자! 나는 너보다 더 어려운 환경이었고 한쪽발이 장애인이어서 힘들었지만 나는 더 강한 마음으로 이겨냈단다." 그렇게 저는 대학을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동창이 전화로 "선생님이 암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대.”하길 래 병원으로 갔습니다. "늦게 알게 되었어요! 죄송해요." 하자 제 손을 잡으며 "많이 보고 싶었다." 하시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 뒤 강원도로 내려가 고구마 농사를 하시던 선생님은 매년 고구마를 저희 집에 보내주곤 하셨는데.. 무엇이 그리 급하셨는지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선생님 저를 위해 해주셨던 모든 말씀 가슴에 간직하며 살겠습니다. 이경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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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엄마는 굴 국밥집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엄마한테는 늘 굴 냄새가 났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참관 수업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점심시간에 식당일이 제일 바빴기에 나는 엄마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6학년 마지막 봄, 일 학기 참관수업이었고 나는 여느 때처럼 국어 시간 발표할 시를 준비했습니다. 고마운 사람에 대한 시였습니다. 엄마에 대해 쓰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아프셨기에 엄마가 늘 일을 하셨습니다. 엄마는 통영에서 해산물로 장사를 하십니다. 엄마의 손이 굴과 톳으로 인해 차가운 얼음물에서 퉁퉁 부어 이제는 굵고 빨간 손이 되었습니다. 나와 동생을 키우느라 늘 고생하시는 엄마에게 나도 커서 꼭 보답해 드리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서 있는 교실 뒤에서 ‘어디서 굴 냄새가 나네. 어디서 비린내가 나. 어디야? 아유, 여기 못 있겠어.’앙칼진 여자의 목소리, 뒤를 자세히 보니 엄마가 서 계셨습니다. 그 바쁜 오전 시간에 엄마는 나를 보러 와 주셨던 겁니다. 엄마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선생님이 나의 번호를 부르며 발표하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했고 선생님은 크게 박수를 쳐 주셨습니다.‘이렇게 훌륭한 어머님이 있기에 우리 반에 똑 소리 나는 부반장이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경화 어머님께 박수’엄마는 여전히 고개를 떨 구고 계셨지만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시는 걸. 그 후 엄마는 동생의 참관수업도 가셨고 온몸에서 퍼지는 굴 냄새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동생이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야 엄마는 가게 문을 닫으셨지만 아직도 엄마는 통영에서 굴을 까십니다. 나는 세상 어떤 두려움도 겁나지 않습니다. 우리 엄마가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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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오늘 24일은 결혼기념일입니다. 지난 19년 결혼기념일에는 남편이 20주년을 미리 축하하자고 홍콩의 멋진 야경과 함께 와인을 마시자 해서 여행을 갔었습니다. 그런데 멋진 야경은커녕 저녁엔 추워서 덜덜 떨었고 자신의 의견을 따라주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는 남편 때문에 여행 내내 툴툴거리면서 다녔습니다. 그렇게 19주년 기념일이 우리의 마지막 여행이 될 줄도 모르는 체 말입니다. 이제 제 곁에는 툴툴거리는 남편도 없고 더 이상의 부부 여행은 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고등학생이었던 아이들도 장성해서 모두 내 곁을 떠났고 남은 것은 나 자신과 새로 입양한 유기 묘 한 마리뿐입니다. 예전에 17년 5개월을 키웠던 고양이가 올해 초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한동안 많이 힘들었습니다. 퇴근 후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디선가 뛰어와 부비부비하면서 야옹거릴 것 같고 치즈를 먹으면 자기도 달라고 야옹거리는 것 같아 한동안 치즈도 못 먹었습니다. 그렇게 열 달이 지났고 새로운 고양이가 지난번 아이처럼 비 오는 날 저에게 왔습니다. 미미가 보내준 아인가봅니다. 아직 어린 고양이는 구석에 숨어 누가 오는지 확인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합니다. 오늘은 결혼한 지 36년 되는 날이지만, 이젠 옛 추억으로 간직하고 예쁜 것들만 기억하며 새로 우리 집에 온 “나비”와 함께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가기로 마음먹기로 했습니다. 나비야 엄마랑 오래오래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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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수업 중에 휴대폰이 울렸다
    당황해서 스피커를 눌렀다
    할매 목소리가 교실에 생중계됐다

    핸우가? 할매다
    와 말을 안하노? 여보시오, 여보시오

    스피커를 끄려고 하자 선생님이 말렸다
    애들이 킥킥댔다
    나는 할매한테 끊으라고 속삭였다

    안 들린다, 더 크기 말해라
    니 아침에 타닝매까통가 뭐시기 안사 준다꼬
    삐끼가 밥도 안 묵고 내뺐제?
    자꾸 그카믄 우짜노
    할매가 니 좋아하는 쏘세지 넣고
    도시락 싸 왔다, 나온나
    배고플 낀데 요거 묵고 해라

    애들이 책상을 두드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됐어, 수업시간이야, 끊어

    맞나? 잘됐네. 그카믄 선상님 좀 바까 봐라

    선생님이 손을 내밀었다
    활짝 웃으며 상냥하게 전화를 받았다
    나는 얼굴이 홧홧 달아올랐다

    우리 핸우 땜시 선상님 애 마이 묵지요
    죄송합니대이
    철이 없어 그카지 나쁜 아는 아이라요

    잘못하면 막 뭐라 카이소
    잘 부탁드립니대이
    선상님만 믿겄십니대이

    할매는 지금 통화하면서 꾸벅꾸벅 절할 게 틀림 없다
    아, 할매 때문에 창피해 미치겠다
    식은땀이 흐른다

    네네, 현우 할머님 잘 알겠습니다
    걱정 마시고 건강하셔야 해요

    선생님은 미소를 띤 채 휴대폰을 돌려준다
    난 이제 죽었다 생각했는데,
    아니다

    현우는 좋겠네
    이렇게 걱정해 주시는 할머니가 계셔서, 하고는
    얼른 나가보라고 손짓한다

    나는 교문 쪽으로 달음박질쳤다
    교문 앞에서 할매가 도시락을 흔들며
    함박 웃는다
    창밖으로 애들이 얼굴을 내밀고 팔을 흔들며
    함성을 지른다
    우리 할매 오늘 스타 됐다

    갑자기 눈이 맵다
    코도 맵다
    에잇, 이따 집에 가서
    할매한테 한바탕 퍼부을 거다

    정연철 시인의 <교실에 할매 잔소리가 생중계 되다>

    세상에 치고, 사람이 미운 그런 헛헛한 날엔
    나만을 바라봐 주고 위해주는 마음이 그리워집니다.
    할머니처럼 촌스럽고, 투박해도 한없이 푸근한 마음,
    잔소리 하나하나에 담긴 깊은 사랑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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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달걀을 깔끔하게 깨려면 흔들흔들
    서너 번 좌우로 흔들어서 달걀 막이 껍질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대
    신발을 잘 신으려면 뒤집어서 흔들흔들
    신발을 침대로 삼고 자던 녀석들을 깨워 내보내야 한다네
    사람을 얻으려면 흔들흔들
    마음을 흔들어 이 사람 좀 괜찮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해야 한다는군
    흔들흔들 흔들 생각은 흔들의자가 없어도 될 거야 우린 흔들리게 태어났으니까
    일단 몸을 흔들흔들 음악이 있으면 더 좋겠지 흔들흔들 마음도 흔들흔들
    네가 흔들리는 건 당연해 나도 흔들려 우린 흔들려
    목이 엉덩이가 팔이 다리가 가만있어야 한다면 얼마나 갑갑하겠니

    김미희 시인의 <흔들흔들>

    종종 마음이 흔들릴 때면
    세상은 왜 날 가만두지 않는 걸까 원망이 앞섭니다.
    시간에 맡겨두면 괜찮겠지 했는데 또 흔들릴 때면
    결국 의지가 약한 거라며 스스로를 탓하게 되죠.
    고장 난 마음을 어쩌면 좋을까 고민이 깊어질 땐,
    애당초 흔들리게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흔들흔들, 마음의 중심을 잡아가는 게 삶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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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가을이 오면
    붉게 물든 단풍잎처럼
    뜨거운 정열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중년의 빈 가슴에
    가을빛으로 찾아오는 당신은
    이른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의 향기보다
    언제나 누이처럼
    고운 자태로 피어난 국화의 향기보다
    더 향기로움으로 다가오는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가을에는
    한 줄기 바람에 떨어지는
    외로운 갈색의 낙엽보다도
    가슴을 붉게 물들이는
    가을빛 단풍이고 싶습니다

    이 가을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까닭은
    당신과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박태규 시인의 <당신과 함께 하는 가을>

    고독함에 파묻혀 세상이 무너진 듯
    가을을 타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줘요.
    이 가을, 너와 함께여서 참 좋다고.
    그 한마디가 작은 모닥불이 되어
    식어가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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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오랜만에 언니네 집에 갔습니다. 언니네 집은 한적한 주택가였는데 근처에 소아과병원이 생겨 병원 앞 도로와 골목길까지도 차량이 넘쳐났습니다. 조금이라도 가깝게 주정차를 하려는 차량으로 양방향소통이 안됨은 물론이고 내리고 타는 어린이와 보호자들로 아주 복잡했습니다. 겨우 병원 앞 큰 골목을 빠져나와 언니네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에 들어섰습니다. 언니 집은 골목 맨 끝집. 주차도 아주 요령이 필요한 곳인데 길에 들어서자 앞에 걸어가고 계신 어르신이 보입니다.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따라갔습니다. 행여 차 소리에 놀라실까 조심했는데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울 아버지는 참 건강하셨고 70대 중반까지 손수 운전을 하고 다니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이제 순발력이 떨어지는 거 같다고 운전대를 놓겠다고 선언을 하셨습니다. 그날 난 맘이 참으로 슬펐습니다. 울 아버지가 이제 정말 늙으셨다는 걸 실감한날이었습니다. 아버지는 94세에 먼 나라로 떠나셨는데 앞서 걸어가시는 어르신의 뒷모습에서 아버지 생각이 난 것입니다. 골목 끄트머리쯤에서 머리가 아주 하얗고 고운 할머님이 손짓을 하고 소리를 치시는데 아마도 어르신께 빨리 길을 비켜주라는 거 같았습니다. 그러다 할머님이 달려 나오시더니 할아버지 손을 끌며 내게 고개를 숙이십니다. 주차를 하니 두 분이 손을 꼬옥 잡고 나를 바라보며 어디 왔냐고 물으십니다. 언니집이 여기고 동생이라고 말씀을 드리자 고맙다며 또 고개를 숙이시는데 참 송구했습니다. 미안하실 일도 고마워하실 일도 아니고 천천히 안전하게 걸으시는 뒤만 따라왔다고 오히려 면구스러워하니 내게 마음이 고맙다고 하셨다. 언제 부터인지 매일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살았는가, 그래봐야 몇 분 차이 안 나는 시간 속에 갇혀 살았단 생각이 들며 이제는 더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잠깐의 시간동안 울 아버지 생각도하고 여유 있는 마음도 먹고, 어르신 내외가 내게 주신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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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내 삶의 길목에서> 10/26

    >> Up&Down <내 말 좀 들어봐요>

    멀리 계시는 친정엄마랑 통화를 할 때면 속이 탑니다. 자주 통화를 하지만 대화는 거의 불가능하고 제 목소리만 커집니다. ‘엄마, 식사 하셨어요? 엄마, 식사 하셨냐구요?’ 애들은 밥 챙겨줬니? 애들은 뭐 하니?’‘엄마, TV 소리 좀 줄여요. 아니, 세상에 TV 소리를 얼마나 크게 틀어 논 거예요?’ 방에 있던 애들이 나오더니 ‘엄마, 누가 들으면 외할머니랑 싸우는 줄 알겠어. 엄마 목소리가 더 커. 외할머니 귀 아프시겠어요.’ ‘아니, 외할머니가 귀가 안 들리셔서 큰일이다. 보청기를 하자고 해도 쓸모없다 하시고 저렇게 혼자 당신말만 하고 계시니...’‘엄마, 그래도 모르니까 한번 보청기 알아봐요. 일단 해보고 아니면 안 껴도 괜찮으니까 보청기 하러 갈까요? ’‘아이구 참, 외할머니 어쩜 좋으니’ 통화를 끝내고 넋두리를 하고 있는데 큰애가 웃습니다. ‘엄마, 외할머니는 귀가 안 좋아서 잘 안 들리시지만 엄마는 귀도 좋은데 왜 엄마 것만 듣고 내 말은 잘 안 들어? 왜 내말은 끝까지 안 듣고 나중에 딴소리를 하는지...참 아이러니 하죠?’ 기가 막혀서 웃었습니다. ‘내가 언제’‘엄마 자신이 더 잘 알겠죠. 상대방의 말을 자기 필요한 것만 듣고 나머지는 흘려듣는 거...’‘아니 엄마같이 너희들 말을 잘 들어주는 엄마가 어디 있다고,’ 옆에 있던 남편도 씩 웃습니다. ‘아니, 외할머니 걱정하고 있는데 왜 엄마한테 화살이야?’ ‘아니 지금 상황이 외할머니랑 엄마 상태가 비슷해보여서...누군가는 외치고 있는데 계속 당신 것만 말하고 들으려고 하지 않으니 안타까워서...’저도 모르게 꼬리가 내려집니다. 넉넉한 마음 갖기가 힘든 각박한 현실입니다. 잠시 쉼 호흡 한 번 하면 될 텐데 뭐가 그리 조급한지...애들 하소연에 저를 다시 돌아볼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래, 잘 들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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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문득 쳐다본 가을산이 저물고 있다

    상처입은 단풍잎 몇 몸에 매단 채
    어둠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가을산의 섭리와는 달리
    인생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묘미다

    또한 이것이 불가능한 사랑을
    뜨겁게 달구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에 패배가 있듯이
    인생에도 패배는 있는 법이다

    앙상한 뼈가슴을 드러낸 채
    산이 오늘 어둠속에 묻혀도

    내일이면 한낮의 단풍보다 더 아름다운
    별이 산 위에 뜬다

    김용락 시인의 <가을산>

    인생의 계절은 누구나 같지 않아서
    차디찬 겨울이 긴 사람도 있고,
    외로운 가을이 오고 또 오는 사람도 있지요.

    비록 오늘은 패배감에 고개를 숙였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인생의 봄날은 꼭 올 거예요.

    앙상한 나뭇가지에 별꽃이 핀 가을 산처럼
    희망의 빛은 어둠 속에서 더 밝게 빛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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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문득 고택의 향기를 느끼고 싶어 구례 운조루로 향했습니다. 유물 전시관 앞에 주차하고 내리니 몇 걸음 가지 않아 연지 연못이 보입니다. 연못에 잠시 머물렀던 발길을 고택으로 돌리니 우뚝 솟은 대문은 지리산의 끝자락을 향해 열려 있고 대문 곁 행랑채엔 누구나 사용해도 좋다는 '타인능해他人能解' 라는 글귀가 새겨진 커다란 뒤주가 보입니다. 대문 양옆으론 서 행랑과 동 행랑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에선 종종거리며 오갔을 하인들의 모습과 고택을 방문했던 많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음을 눈으로 짐작해 봅니다. 마당 오른편의 커다란 앵두나무는 가을 고택의 고즈넉함과 더불어 노란 화관을 뒤집어쓰고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었습니다. 찻잔이 놓여 있는 사랑채에선 누군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지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새어나옵니다. 그 소리마저도 한 폭의 수채화였습니다. 사랑채를 뒤로 하고 안채로 들어가 마루에 앉으니 나 역시 종갓집 며느리여서 그런지 편안했습니다. 맞은편의 장독을 바라보니 올해 여든 여덟이신 종부는 긴 세월 쉼 없이 일해야 했던, 겹겹이 고단함과 희로애락을 장독을 윤기 나게 닦아내므로 풀어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어서 나의 발걸음은 굴뚝에 머뭅니다. 밥 짓는 연기가 빠져나가 굶는 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굴뚝마저 낮게 만든 깊은 배려의 마음이 각종 변란과 환란 속에서도 위기를 비켜가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부자란 어떤 것인가? 낮은 담장 위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날던 새도 돌아온다는 운조루. 채움보다는 비움의 가치가 더 큰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낀 가을날의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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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머니를 가끔 차로 출근시켜 드릴 때 항상 외가인 경주를 한번 가봐야 하는데..하며 이야기 하셨습니다.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우리 집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외가 친척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머니 모르게 기차표를 예매했습니다. 그렇게 외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먼저 대구로 가 큰 이모 댁 근처에 다다르니 벌써 이모부가 마중 나와 계셨습니다. 큰 이모는 '뭐 하러 이 먼 곳까지 왔느냐?' 손을 덥석 잡으며 저와 어머니를 거실로 안내하셨습니다. 이모와 이모부에게 이제 온 것에 대한 미안함과 안부인사로 큰절을 올렸습니다. 큰이모와 어머니는 여느 자매처럼 서로를 챙기는 마음이면서도 겉으로는 무뚝뚝한 표현들을 나누고 계셨지만 말미에는 언제 또 보겠냐면서 헤어짐을 아쉬워 하셨습니다. 그리고 경주 외가 집으로 향했습니다. 경주터미널에 도착한다고 하니 큰 외삼촌도 터미널로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경주 외가 집은 예전의 겉모습이지만 집안은 새로 리모델링해 전혀 시골집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외삼촌은 소를 키우셨는데..축사에 설치된 카메라로 축사의 상황을 집에서 모니터링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 IT기술의 발전을 경주 외가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울산 작은 외삼촌에 안부전화를 하니 울산에서 묵고 가라고 경주까지 차를 몰고 오셨습니다. 맛 집 투어도 하고 바다구경도 하고..몸이 편찮으신 큰 이모 병문안도 하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산소에 인사도 드리고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친척 분들께 인사도 드렸습니다.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며칠 동안 저와 어머니를 따듯하게 맞아주신 외가 친척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메시지로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외가로 부터 받은 많은 관심과 격려에 제가 보답하는 길은 어머니를 잘 모시는 것이라 생각하며, 차후에 시간 내어 다시 외가 집을 찾아뵙겠다고 전하였습니다. 그렇게 2박 3일간의 외가 집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니 그동안 밀린 숙제를 마친 듯 시원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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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 Up&Down <앞으로 잘 하겠지요.>

    바쁘고, 힘들고 시끌벅적했던 시간들이 다 지나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이 참 좋습니다. 창가로 들어오는 맑은 햇살도 좋고 은은한 커피 향도 좋고.. 많지도 않는 우리 가족 식탁에 둘러 앉아 밥 같이 먹은 게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바빠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들었는데 지난 연휴에 딸래미가 가족 여행을 계획해서 갔다 왔습니다. 여행은 좋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남편이 우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좋으련만 말의 싹을 끊어버리니 말을 하던 아이들도 입을 닫아 버립니다. 내가 중간에서 억지로 이어보지만 나도 슬슬 짜증이 납니다. 그래도 나까지 입을 닫아 버리면 모처럼 온 여행이 엉망이 될 것 같아 억지웃음을 지어가며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불편한 여행을 다녀와서 아이들은 각자의 생활터전으로 올라가고 남편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 까 생각 하다 이런 말은 빙 둘러 하기 보다는 직선으로 말을 해야 될 것 같아 막걸리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돼지고기 듬뿍 넣은 얼큰한 김치찌개를 해서 남편과 식탁에 앉아 이번 여행 어땠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가서 좋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같은 말이라도 너무 막무가내로 내 생각만 이야기하지 말고 상대방의 생각이 어떤지 한번이라고 생각해가며 말을 해주면 좋겠다 고 했더니 이 남자,,,,,순순히 알겠다 라고 하는데 괜히 나 혼자만 마음 졸였나 싶습니다. 우리 남편 앞으로 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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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며칠 전 아침...운전하고 나가는데 아파트 앞 학교에서 마이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초등학교에서 운동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신호대기 중에 울타리 사이로 잠깐 보니 달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3~4 학년쯤으로 보이는 남. 녀 어린이들이 배턴을 잡고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니 저의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가 떠올랐습니다. 옛날 시골 학교 운동회는 온 동네 잔치였습니다. 가을철이라 바쁘지만 잠시 일손 멈추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동네 사람들은 학교로 모임니다. 부모님들은 마스게임도 보고 기마전도 보면서 박수도 치고 달리기를 할 때는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가 달리기를 잘 하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달리기만 하면 1등을 했습니다. 달리기 1등을 하면 공책 3권, 2등은 2권, 3등은 1권을 받았는데 저는 1등만 하다 보니 공책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운동화도 신지 않고 모두 맨발로 뛰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발이 아팠을 텐데 어떻게 달렸는지 참 신기합니다. 마지막 행사로 마을 대항 달리기 대회가 있었습니다. 남. 녀 선수 4명씩 출전해서 운동장 한 바퀴 달리기를 하는데 마을 어르신들의 응원이 대단 했지요. 저 또한 마을 선수로 출전해서 동네 언니 오빠들과 뛰었습니다. 언니 오빠들은 중. 고등학생 이었고 저는 초등학교 4학년 이었는데 어른들이 달리라고 해서 달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기기도 합니다. 달리기 대회에서 1등을 하면 그날 밤 동네는 잔치가 벌어집니다. 북치고 꽹과리 치고 마을을 돌면서 신나 하시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무뚝뚝하고 무서웠던 아버지도 막걸리 한 잔 드시고 우리 딸 잘했다고 좋아하시던 모습 또한 눈에 선합니다. 넓은 운동장 만국기 아래 청군 이겨라 백군 이려라 깃발을 흔들며 응원하던 선배, 후배, 친구들~~~운동장 가장자리 느티나무 아래서 축제처럼 즐기시던 동네 어른신들~~~내 삶의 길목에서 뒤돌아보니 어린 시절 가을 향기 듬뿍 품은 아름답고 멋진 풍경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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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제까지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필요로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했고 곁에 있었습니다
    저녁노을의 그 끝으로 낙엽이 지는 것을 바라보고 서 있는
    당신의 그림자 곁에 서서
    사랑하고 미워하는 일이 바람 같은 것임을
    저는 생각합니다
    웃옷을 벗어 어깨 위에 걸치듯
    견딜 수 없는 무거움을 벗어 바람 속에 걸치고
    어두워오는 들 끝을 걸어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저는 끝까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랑을 잃은 그대여
    당신 곁에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이
    지금 당신 곁에 없어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별빛 하나쯤은 늘 사랑하는 이의
    머리 위에 떠있듯
    늦게까지 저도 당신의 어디쯤엔가 떠 있습니다
    더 늦게까지 당신을 사랑하면서
    비로소 나도 당신으로 인해 깊어져감을 느낍니다
    모든 이들이 떠난 뒤에도 저는 당신을 조용히 사랑합니다
    가장 늦게까지 곁에 있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도종환 시인의 <사랑을 잃은 그대에게>

    어려운 상황에서 모두가 등을 돌려도
    은은한 미소로 묵묵히 바라봐 주세요.
    깊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땐
    잡은 손을 더 꼭 잡아 주세요.
    그리고 가장 마지막까지 곁에 있어 주세요.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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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삶의 여백에 채울 수 없어
    눈물로 그 누군가를
    그려 넣는 것도
    행복입니다

    너나없이 우리 서로서로가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삶의 강에 물안개처럼
    사붓사붓 피어나는
    그리움은 풀잎에 맺힌
    새벽이슬 같습니다

    누군가를 그 누군가를 위해
    가슴 한편을 비워 둔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랑입니다

    목숨을 다하는 날까지
    그리워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삶의 향기입니다

    그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이미 가슴이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입니다.

    주응규 시인의 <그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긁다’가 ‘그리다’가 되고,
    다시 ‘그리움’이 되었다죠.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건
    오래전 긁힌 흔적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가을이 되면 그 흔적들이
    내 얘기도 들어달라며 아우성을 칩니다.
    그러니 해마다 그리움이란
    지독한 가을 몸살을 앓을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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